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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조서 허위작성은 엄연한 불법, 근절돼야”

2008.07.23 조회 244

“공판조서 허위작성은 엄연한 불법, 근절돼야”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인터뷰

2008-07-22 16:53:06

[ 조정희 기자 ]

최근 재판에서 불공정한 재판 운용은 물론 공판조서까지 허위로 작성한 판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사법부에 잔재했던 ‘위법적 관행’들이 속속 드러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불법적 관행과 조직 내 폐단을 답습하는 소수 법조인들의 잘못된 법운용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다고 호언장담한 대법원의 사법부 신뢰 회복 시스템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미스런 사건들은 올해 1월부터 국민참여재판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등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사법개혁 시스템을 가동 중인 법조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복병이 되고 있는 셈.

그 단적인 사례가 최근 공판조서 허위작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A 판사의 경우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판사의 그릇된 재판운용과 조직 내에서 관행으로 치부되어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는 허위 공판조서 작성 문제로 본질적인 쟁점을 뒤로한 채 판사가 사건 피해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7월 10일자 “서울남부지법 판사 ‘공판조서’ 허위작성 의혹 논란” 기사 참조)

문제의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 관계자들은 “공판 과정에서 관례상 생략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관행적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가 된 것이 아니라 공판에서 전혀 없었던 내용들을 허위로 기재한 위법적 행위가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관행이 사법부의 고질적인 병폐를 키워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소로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위법적 관행은 분명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특히 공판조서 허위작성은 관행적인 불법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은 한상희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 ⓒ뉴스한국
한상희 건국대 교수. ⓒ뉴스한국
공판조서에 하지도 않은 내용을 기재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공판조서는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기재해야 한다. 만약 허위사실을 기재했거나,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기재했거나, 중요한 사실을 누락해서 기재했다면 위법이다. 그런 하자에 근거해 판결했다면 그것은 항소사유가 된다.

문제는 우리 재판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워낙 재판업무가 급히 진행되다 보니 경우에 따라 해야 할 일을 다 챙기지 못한 채 변론을 마무리하거나, 어쩔 수 없이 누락된 부분을 조서에 집어넣고 다음 재판으로 넘기는 일이 생긴다. 이를 변호사나 검찰 등 재판 당사자들이 지적하고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법원에서의 관행은 판사와 검찰, 변호사가 어떤 면에서 담합한 것일 수도 있다.

공판조서 자체가 재판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문제 같다.
그렇다. 공판조서가 잘못 기재됐다면 열람한 후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다시 기재해달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다. 제대로 된 재판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나 변호인 측에서 그런 요청이 나오면 법원은 반드시 그것을 교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판절차 자체가 위법이 된다.

하지만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어떤 의미에서 제 삼자다. 피해자에게 재판절차의 하자를 지적하고 교정을 요청할 권리는 많지 않다. 대체로 검찰 측에 재판을 공정하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재판절차가 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경우에 따라 피해자가 재판절차에서 형사 피해자의 진술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 이러한 권리를 행사해서 재판절차의 잘못을 지적하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는 있다.

검찰의 구형이 없었는데 공판조서에는 검사가 구형한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없었던 사실을 있었다고 기재하는 것은 허위기재다. 그 자체는 불법이다. 혹시 그것에 기해서 법 판단이 내려졌다면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고 항소 이유가 된다. 하지만 검찰이 이의제기를 해야 문제가 된다. 검찰은 벌금형 이상을 구형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서의 구형여부를 삭제 요청할 수 있다.

판사가 검찰에 유죄 입증 증거를 추가요청한 후 검사가 증인신청을 하자 불허했다. 그런데 공판조서에는 별다른 요청사항이 없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해봐야 하는데, 검찰 측이 얼마나 강하게 요청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조서 기재사항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검찰이 조서 기재사항을 용인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검찰 측의 증인신청 주장이 그리 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법관과 검찰이 어느 정도 미시적인 타협을 하기도 한다. 법관은 재판절차 진행을 위해 일부 과정을 생략하고, 검찰은 법관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여 일부러 주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재판 현실의 관행임을 감안하면, 법관보다 검찰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검찰이 제대로 죄를 밝혀서 응보를 가해야 하는데도 관행에 묻혀서 자기 업무를 처리해 넘기거나 좀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다.

판사는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소하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재판기록은 한 번이라도 중요하기 때문에 하급심부터 최대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다.
이 역시 우리나라 재판의 현실이다. 상당수 재판이 1심 재판은 당연히 항소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넘어간다. 좀 복잡한 사건이나 당사자들의 다툼이 많거나, 혹은 진행과정에서 불만이 많이 제기된 경우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을 전제하고, 대충대충 진행하거나 논점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법리를 세우지 않은 채 일단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상급심에서 한 번 더 판단하라는 것이다.

현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사법개혁 의지 중 가장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하급심 재판을 강화하여 더 이상 상고하는 일이 없도록, 이를 테면 사법자원의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법제도 전체를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나라 재판구조 자체의 문제점도 있다. 고참 법관이 상급법원에 남아 신참 법관의 잘못을 고친다는 생각, 또는 법원의 계층구조,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불신 등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 사안은 집단표시에 의한 사이버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이다. 법리해석으로 볼 때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가.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집단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격이 다르다. 우리 법률은 한 단체의 명예와 소속된 구성원들의 명예를 별도로 분류한다. 명예나 인격의 주체가 다른 것이다. 이럴 경우 대체로 구성원들이 그 단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집단 귀속감을 느끼고 있는지, 외부에서 바라볼 때 집단 단체와 구성원들을 어느 정도로 일치시키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이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단체와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고소하여 사건을 2개로 만들어 병합하는 방법이 있다. 단체도 고소하고 구성원도 고소해서 사건을 2개로 만들어놓고 병합해서 심리하면, 법리적인 문제는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갑’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 대해 명예훼손이 이뤄지자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법리적 판단으로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진정한 피해자라고 법리적 판단을 받은 단체가 고소하여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법적 부분을 떠나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자들을 사회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 처벌과 별도로 사회 전체가 피해자들을 구해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